본문 바로가기
재밌는 잡학

🐴📚 돈키호테, 정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일까?

by 잡학&단어 2025. 11. 23.
반응형

스페인 황금세기에서 태어난 현대소설의 시작 🐴📚

 

“돈키호테”는 종종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후보로 언급됩니다. 하지만 정작 정확한 판매 부수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 이 작품을 더 신비롭게 만들죠. 이 글에서는 돈키호테의 줄거리와 핵심 캐릭터, 스페인 황금세기라는 시대적 배경, 왜 이 작품이 기사도 소설의 풍자이자, 현대 소설의 출발점으로 불리는지, 그리고 “최다 판매 소설 논쟁” 까지 한 번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돈키호테 한 줄 정의 📝

 

“현실과 환상을 뒤섞어, 미친 듯이 정의를 좇는 한 노인의 모험담이자, 그를 통해 인간의 꿈·망상·존엄을 통째로 비틀어 보여주는 소설.”
  • 원제: Don Quijote de la Mancha
  •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 1부 출간: 1605년
  • 2부 출간: 1615년

당시 유행하던 기사도 소설을 흉내 내는 듯하면서도, 그 세계를 완전히 비틀고 풍자하는 작품입니다.

  • Don (돈): 스페인어의 존칭, 우리말로 치면 “○○님”, “○○경”, “○○ 선생” 정도 느낌 귀족이나 신분 있는 남성을 높여 부를 때 쓰는 말이에요.
  • Quijote / Quixote (키호테): 작가 세르반테스가 만든 주인공의 이름입니다. 어원적으로는 스페인어 quijote기사 갑옷에서 허벅지·다리를 가리는 부분(넓적다리 갑옷) 을 가리키기도 해서, “갑옷 입은 기사”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2. 아주 간단한 줄거리 – “책을 너무 많이 읽은 나머지…” 🤯

 

주인공 알론소 키하노는 라 만차 지방에 사는 중년의 하급 귀족(히달고)입니다. 그는 집에서 기사도 소설(중세 기사들의 모험담) 을 너무 많이 읽다가, 결국 현실 감각을 잃고 진짜 ‘떠돌이 기사’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그래서 그는:

  • 스스로 이름을 돈키호테(Don Quixote) 라 짓고
  • 낡은 말을 로시난테(Rocinante) 라 부르며
  • 평범한 농부였던 이웃 산초 판사(Sancho Panza)“나의 충직한 종자(시종)”로 끌어들입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생각하죠.

“세상에는 억울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진정한 기사는 떠돌며 약자를 돕고 불의를 바로잡아야 한다!”

 

문제는… 그가 보는 세상과 실제 현실이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 거대한 풍차 → 거인으로 보이고
  • 허름한 여관 → 웅장한 성(城) 으로 보이며
  • 평범한 농부 여인 알돈자 → 고귀한 여인 ‘둘시네아’ 로 승격됩니다.

독자는 계속 “저건 풍차야… 저건 여관이야…” 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돈키호테의 눈에는 모두 기사도 소설 속 세계처럼 보이는 것이죠. 현실/환상의 간극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재미이자 메시지입니다.

 


 

3. 스페인 황금세기와 돈키호테 🇪🇸✨

 

돈키호테는 스페인 황금세기(Siglo de Oro) 라 불리는 시기에 탄생했습니다. 신대륙(아메리카)에서 막대한 은과 금이 들어오고 스페인이 유럽 최강국으로 군림하던 시기 동시에 예술·문학·연극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내부적으로는 경제 불안, 신분제의 모순, 종교 재판, 빈부격차 등이 심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 중세적 가치관(귀족, 명예, 기사도)은 서서히 힘을 잃어 가고
  • 근대적 현실 의식(돈, 상업, 시민 계급)이 떠오르던 과도기

돈키호테는 바로 이 사이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꿈에 사로잡힌 인간” 을 보여줍니다.

그는 중세의 ‘기사’가 되고 싶어 하지만, 그가 사는 세상은 이미 기사의 시대가 끝난 근대 초기였던 것이죠.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서,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이상을 붙잡고 사는 인간의 비극” 을 담고 있습니다.

 


 

4. 기사도 소설, 그리고 그에 대한 거대한 패러디 ⚔️😂

 

돈키호테가 광적으로 빠져 있던 것은 바로 기사도 소설(libros de caballerías) 입니다. 당시 기사도 소설의 특징은:

  • 완벽하게 용감한 기사,
  •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여인,
  • 끝없이 이어지는 모험과 전투,
  • 과하게 고상한 말투와 비현실적인 설정

세르반테스는 이 장르를 정면으로 풍자합니다.

  • 돈키호테는 스스로를 “위대한 기사”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낡은 갑옷, 허약한 말, 남들 눈에는 이상한 노인
  • 기사처럼 “정의를 실현한다”고 나서지만 현실에서는 남의 일에 끼어들어 사고만 치는 민폐 캐릭터

즉, 이 소설은

“낡은 환상을 현실에 억지로 끼워 맞출 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지” 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형 패러디이자 풍자입니다.

 


 

5. 대표 장면 몇 가지 – 풍차에서 철학까지 🌬️🐎

 

5-1. 풍차와의 싸움 –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착각 장면

 

돈키호테가 멀리 풍차들을 보고 이렇게 말하죠.

“저기 거인들이 서 있다! 나는 그들을 쓰러뜨려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겠노라!”

 

산초는 필사적으로 말립니다.

“주인님, 저건 거인이 아니라 그냥 풍차인데요…”

 

하지만 이미 ‘기사 모드’에 들어간 돈키호테는 풍차를 향해 돌진했다가, 날개에 맞고 말에서 떨어져 나뒹굴어 버립니다. 이 장면은 이후 “풍차와 싸운다” → 존재하지 않는 적과 싸운다 / 쓸데없는 싸움을 한다 라는 문화적 은유로 자리 잡았습니다.

 


 

5-2. 여관을 성으로, 농부를 귀부인으로 보는 시선

 

돈키호테는 허름한 여관성(城) 으로 착각하고, 여관 주인을 “영주”로, 여관의 하녀들을 “귀한 숙녀”로 대합니다. 현실은 매우 초라하지만몇몇 인물은 돈키호테의 망상을 눈치채고 슬쩍 놀려먹기도 합니다. 이 장면은:

  •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인간이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심리, 그리고 그 모순이 드러날 때 생기는 웃음과 씁쓸함

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5-3. 산초 판사 – 현실 감각을 가진 ‘땅의 인간’

 

돈키호테가 하늘만 보는 “이상형 인간”이라면, 산초는 철저히 “땅을 딛고 사는 인간” 입니다.

  • 산초는 돈키호테의 약속 “나를 잘 따르면, 언젠가 너를 섬의 총독으로 만들어 주겠다” 같은 말을 내심 믿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항상 배고프고, 잠이 부족하고, 현실 걱정을 합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늘 이상 vs 현실의 대립 구조로 짜여 있고, 그 긴장감이 작품 전체의 묘미입니다.

 


 

6. 왜?  ‘현대 소설의 시작’이라고 부를까? 📖

 

문학사에서는 돈키호테를 자주 “최초의 근대 소설”, 혹은 그에 가까운 작품으로 평가합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6-1. 입체적인 인물 심리

돈키호테는 그냥 “미친 사람”이 아닙니다. 때로는 매우 이성적이고 현명한 말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행동을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현실과 환상이 미묘하게 섞인 상태로 살아갑니다. 이 복잡한 내면은 이후 19세기·20세기 심리소설의 전조처럼 보입니다.

 

 

6-2. 메타픽션적 구조

작품 안에서 “돈키호테의 이야기가 책으로 존재한다” 는 식의 메타적 장치가 등장합니다. 2부에서는 1부 돈키호테가 이미 출간된 책이라는 설정이 나오고 등장인물들이 “그 책에서 당신 이야기를 읽었다”고 말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이런 자기반영적(meta) 구조는 당시로서는 굉장히 실험적인 방식이었고, 오늘날 포스트모던 소설의 특징과도 연결됩니다.

 

 

6-3. 현실 세계와 허구 세계의 끊임없는 충돌

돈키호테는 허구(기사도 소설)를 현실에 적용하려다가 계속 깨집니다. 이 과정이 바로 “현대적 리얼리즘”의 출발점으로 많이 언급됩니다. 이전 이야기들은 주로 영웅의 모험에 치중했다면 돈키호테는 “영웅이 되려다가 현실에 부딪히는 인간” 에 초점을 둡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풍자를 넘어, “인간이 꿈을 꾸며 사는 존재” 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소설로 평가됩니다.

 


 

7. 그렇다면 판매량은? 정말 ‘세계 1위 소설’일까? 💸📊

 

돈키호테는 자주 이렇게 불립니다.

“역사상 가장 널리 읽힌 소설 중 하나”,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일 가능성이 큰 작품”

 

하지만 문제는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1600년대 초부터 수백 년 동안 유럽 각지에서 수많은 판본·번역본이 인쇄 초창기 인쇄 기록이 누락되어 있고 정식 출판사 외에 해적판, 비공식 축약본도 엄청나게 많았음 그래서 학계에서는 대략적으로: “수억 부에 이를 것으로 추정” “정확한 집계는 불가능하므로,구체적인 숫자로 다른 작품과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 라는 태도를 보입니다.

📌 돈키호테는 실제로는 진짜 ‘최다 판매 소설’ 1위 후보일 수 있다. 📌 하지만 판매량을 책임질 수 있는 숫자가 없기 때문에, 통계 사이트나 순위표에서는 보수적으로 TOP 10 밖 또는 별도 언급으로 처리된다.

 

 

 


 

8. 마무리 – 시대착오적인 한 기사가 던지는 질문 🤔

 

돈키호테는 크게 보면 “시대에 뒤떨어진 한 인간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가 던지는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현실은 냉혹하지만 조금은 미친 듯이 꿈을 좇는 태도는 필요한가? “정의로운 기사”라는 환상은 사라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어떤 이상적인 자아 이미지를 좇으며 살고 있지 않은가? 남들이 보기에는 어리석어 보여도, 자기만의 신념을 끝까지 붙드는 삶은 과연 실패일까? 그래서 돈키호테는 400년이 지나도 계속 읽히는 것 같습니다. 웃다가, 씁쓸하다가, 결국엔 약간 먹먹해지는 소설이기 때문이죠. 지금 이 시대는 돈키호테의 용기가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