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여행하다 보면, 다른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이름의 거리나 장소를 자주 마주칩니다. 특히 강남에서는 외국어 같기도 하고, 사연이 있는 듯한 지명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름이 바로 **‘테헤란로’와 ‘뱅뱅사거리’**입니다.
오늘은 이처럼 독특한 이름을 가진 강남 지역의 지명들을 살펴보며, 그 유래와 숨겨진 의미들을 알아보겠습니다.

📍 1. 테헤란로: 서울 한복판에 이란 수도 이름이?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삼성역 사이를 따라 쭉 뻗은 대로.
그 이름은 무려 **테헤란로(Teheran-ro)**입니다.
‘테헤란’은 이란(Islamic Republic of Iran)의 수도 이름인데, 어떻게 서울 강남 한복판에 붙게 되었을까요?
✳️ 외교의 산물: 서울 ↔ 테헤란 ‘자매 도시’ 체결
1977년, 한국과 이란 양국은 우호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각국의 수도 간 자매 결연을 맺었습니다.
당시 서울특별시는 이란 수도 **테헤란(Tehran)**과 자매 결연을 맺고, 이에 대한 상징으로 삼성동~역삼동 구간의 한 도로를 ‘테헤란로’로 명명합니다.
같은 해, 이란 테헤란 시에는 **‘서울로(Seoul Street)’**라는 이름의 거리가 생겼습니다.
📌 당시 이란은 석유 부국이었고, 한국은 중동 건설 붐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양국은 경제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이런 교류를 시도한 것이죠.
🏙️ 테헤란로의 변화: 서울의 실리콘밸리
그 후, 테헤란로는 단순한 이름을 넘어 서울 경제의 심장부가 되었습니다.
- 각종 IT기업, 스타트업, 벤처캐피털, 금융사들이 입주
- 포스코타워, LG, 한국정보통신 등 대형 기업이 밀집
그래서 지금은 ‘테헤란로’를 일컬어 ‘서울의 실리콘밸리’, 혹은 **‘강남의 월스트리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중동의 수도 이름이 서울의 IT 1번지가 되었다’는 사실은 이름 이상의 상징성을 보여줍니다.
📍 2. 뱅뱅사거리: 총소리인가요? 아니면 돌아가는 소리?
‘뱅뱅사거리’는 강남구 양재동 인근에 있는 주요 교차로입니다.
강남대로와 매봉로가 교차하는 이 지점의 이름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뱅뱅사거리는 청바지 브랜드 ‘뱅뱅’의 본사인 뱅뱅프라자 건물이 세워지면서 자연스럽게 붙은 이름입니다.
1980년대 강남 개발과 더불어, 이 건물은 당시 최신 유행과 세련됨을 대표하는 상징이었고,
사거리도 함께 브랜드명으로 불리게 되면서 ‘강남의 상징 공간’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 뱅뱅청바지의 역사

- 뱅뱅(BANG BANG)은 국내 최초의 청바지 브랜드로, 1961년 ‘제일피복’이라는 이름으로 창업한 후
- 1970년에 ‘뱅뱅’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청바지를 생산했습니다.
- 1983년, 강남구 도곡동 일대에 뱅뱅프라자 건물을 건립했는데, 당시 인기 가수 전영록을 모델로 한 광고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 뱅뱅프라자 주변의 교차로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뱅뱅사거리’**로 불리게 되었고, 이후 공식 명칭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 3. 언주로, 도산대로 등 인물 이름에서 비롯된 거리들
강남의 도로들 중에는 인물의 이름을 딴 경우도 많습니다.
🧑🎓 언주로
‘언주로’는 실제 인명이 아니라, **과거에 존재했던 지역 이름인 ‘언주면(彦州面)’**에서 따온 것입니다.
언주면은 지금의 강남구 일대였고, 이를 기억하고자 도로 이름으로 남긴 것이죠.
🧑🌾 도산대로
도산 안창호 선생의 호인 ‘도산(島山)’을 따온 도로입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역이자 계몽운동가였던 안창호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자
신사동, 압구정동 일대를 지나는 대로에 ‘도산대로’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 이처럼 강남의 도로 이름에는 역사 인물, 지역 정체성, 외교적인 상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 마무리하며: 이름 속에 담긴 이야기
서울 강남은 대한민국 현대 도시계획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입니다.
도로 하나, 사거리 하나에도 정치적·문화적·경제적 배경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 테헤란로는 외교의 상징에서 경제의 상징으로 바뀌었고,
- 뱅뱅사거리는 전통 소리문화가 도시의 교차로로 변모한 예입니다.
- 그 외에도 언주로, 도산대로, 학동로 등은 사람과 지역의 기억을 지도로 남긴 흔적입니다.
다음에 강남을 지나치게 될 때, 그 도로명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떠올려 보세요.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가 어떻게 기억과 문화의 층위 위에 쌓여 있는지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 추천 연계 콘텐츠
- [서울의 지명에 숨은 한자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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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이란의 우호 관계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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