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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잡학 상식

💌 스팸 메일은 왜 ‘SPAM’이라고 부를까? – 정크 메일에 담긴 의외의 역사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이메일을 주고받습니다. 그중에는 반갑고 유익한 메일도 있지만, 열어보기도 전에 삭제 버튼부터 누르게 만드는 **스팸 메일(spam mail)**도 적지 않습니다. 광고, 사기, 피싱 등 각종 불필요하고 원치 않는 정보가 넘쳐나는 이 스팸 메일은 도대체 왜 ‘스팸(spam)’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걸까요?
 
이 글에서는 ‘스팸 메일’이라는 표현의 기원과 의미 변화, 그리고 오늘날 디지털 세계에서 스팸이 상징하는 것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스팸’은 원래 통조림 햄이었다

 
먼저 놀라운 사실 하나! ‘스팸(spam)’은 원래 브랜드 이름입니다.
 
미국의 식품회사 호멜(Hormel Foods Corporation)은 1937년, 돼지고기와 햄을 갈아서 만든 통조림 햄을 출시하면서 ‘SPAM’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는 “Shoulder of Pork And Ham”의 줄임말이라는 설이 있지만, 회사에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특별한 의미 없는 상품 이름”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군량으로 대량 보급되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전쟁 이후에도 저렴하고 간편한 식사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한국, 하와이, 괌 등 미군 주둔 경험이 있는 지역에서는 여전히 익숙한 식품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SPAM이 너무 흔하게, 너무 자주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2. 스팸 = 너무 많이 나오는 것?

 
시간이 흘러, 스팸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식품 브랜드를 넘어서 ‘지겹게 반복되는 것’, 혹은 **‘원치 않는 과도한 정보’**를 상징하게 됩니다.
 
이 변화의 결정적 계기는 바로 1970년대 영국의 대표적인 코미디 그룹 ‘몽티 파이튼(Monty Python)’의 유명한 스케치 코미디였습니다.
 


 

3. Monty Python과 스팸: 역사적 장면

 
1970년, 영국 BBC에서 방영된 한 에피소드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작은 식당에 한 부부가 들어오고, 메뉴를 보는데 모든 요리에 ‘스팸’이 들어갑니다.
“계란과 베이컨”, “계란과 소시지와 스팸”, “스팸과 스팸과 스팸과 스팸”…
무언가를 시키려 하면 직원은 계속 스팸 요리만 권하고, 손님이 짜증을 내자 옆 테이블의 바이킹들이 “스팸♪ 스팸♪ 스팸~♪” 하고 노래를 부르며 식당을 점령합니다.
 
이 장면은 영국식 유머로 ‘지겹도록 반복되는 것’, ‘도배된 메뉴판’, ‘도망갈 수 없는 정보의 홍수’를 풍자했습니다. 사람들은 웃었지만, 그 웃음 뒤에는 무언가 강제적이고 귀찮은 존재에 대한 공감이 숨어 있었습니다.
 
이 장면은 인터넷 문화가 형성되던 1990년대 초반, 게시판, 채팅방, 이메일 등에서 같은 메시지를 도배하거나 복사-붙여넣기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데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쓸모없고 반복적인 정보의 홍수” — 바로 스팸이라는 말이 적합했던 것이죠.
 


4. 인터넷의 등장과 ‘스팸’의 확산

 
1990년대 중반, 전 세계에 이메일이 보급되면서 문제는 심각해졌습니다. 누군가 특정 제품을 팔거나, 도박 사이트를 홍보하거나, 이상한 링크를 퍼뜨리기 위해 수천 통, 수만 통의 이메일을 아무에게나 보내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사람들은 이 쏟아지는 광고 메일을 **‘스팸 메일(spam mail)’**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메일들은:
 

  • 원하지 않았는데,
  • 계속 반복적으로 도착하고,
  • 중요한 메시지를 방해하며,
  • 지워도 지워도 계속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마치 몽티 파이튼 속 그 식당처럼, 어디를 봐도 스팸이고 피할 수 없는 존재였던 겁니다.
 


 

5. 오늘날의 스팸: 단순한 메일을 넘어

 
이제 ‘스팸’이라는 단어는 이메일을 넘어, 모든 디지털 플랫폼에서 의미를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 댓글 스팸: 유튜브나 블로그 등에 광고성 댓글을 반복해서 올리는 행위
  • DM 스팸: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에서 원하지 않는 홍보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
  • 채팅 스팸: 게임이나 오픈채팅에서 반복적인 복사 문장을 도배하는 것

 
심지어 AI가 등장한 지금도, 자동화된 챗봇이 무작위로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 역시 ‘스팸’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스팸’은 단순히 불쾌한 정보를 넘어, 디지털 공간의 질서를 해치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6. 결론: 단어 하나에 담긴 유머와 역사

 
이처럼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스팸 메일’이라는 단어는:
 

  • 한 통조림 햄의 이름에서 시작해,
  • 영국 코미디를 거쳐,
  • 전 세계의 인터넷 문화를 관통하는 단어로 성장했습니다.

 
그 안에는 단순한 식품 브랜드가 아닌, **‘강요된 정보’, ‘반복적인 침해’, ‘지속되는 불청청한 존재’**에 대한 인류의 반응이 담겨 있습니다.
 
다음번에 스팸 메일을 지우면서 짜증이 날 때, 한 번쯤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이 메일은 단지 광고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스팸 코미디’**일지도 모른다”고요.
 


🔗 참고로
 

  • Hormel사는 ‘스팸’이라는 단어를 일반화하는 데 유쾌하게 반응하면서도, 자사의 제품과 구별하기 위해 “스팸 메일은 SPAM®과 무관합니다”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Monty Python의 해당 코미디는 유튜브 등에서도 ‘Spam sketch’로 검색하면 볼 수 있습니다.

 


📌 오늘도 받은편지함은 깨끗하게,
스팸은 웃으며 삭제해보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