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나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왜 결말부터 보여줄까?”, “왜 어떤 장면은 길게 설명하고 어떤 장면은 몇 줄 만에 지나갈까?”, “왜 과거 회상이 계속 나올까?” 이런 질문에 답하는 개념이 바로 피서술 시간과 서술 시간입니다. 이 개념은 문학, 영화, 신화, 서사시를 분석하는 서사학(Narratology) 의 핵심입니다.
1. 피서술 시간(被敍述時間) — Story Time
영어
Story Time (또는 Time of the Story)
독일어
erzählte Zeit (에어첼테 차이트) → ‘이야기된 시간’ → ‘서술의 대상이 되는 시간’
한자 풀이
被敍述時間
- 被(피) → 당하다, 대상이 되다
- 敍(서) → 서술하다, 풀어 말하다
- 述(술) → 이야기하다, 설명하다
- 時(시) → 시간
- 間(간) → 사이, 흐름
“서술을 당하는 시간” 즉, 이야기 속 사건 자체가 흘러가는 시간
의미
이야기 세계 안에서 등장인물이 실제로 경험한 시간입니다.
예:
- 10세 → 고향을 떠남
- 20세 → 전쟁 참여
- 30세 → 귀향
이 순서는 이야기 안에서 실제로 일어난 순서입니다. 이것이 피서술 시간입니다. 질문으로 바꾸면: “이야기 속에서 무슨 일이 언제 일어났는가?”

2. 서술 시간(敍述時間) — Discourse Time
영어
Discourse Time (또는 Narrative Time)
독일어
Erzählzeit (에어첼차이트) → ‘서술하는 시간’ → ‘이야기를 전달하는 시간’
한자 풀이
敍述時間
- 敍(서) → 설명하다
- 述(술) → 이야기하다
- 時(시) → 시간
- 間(간) → 흐름
“이야기를 말하는 시간” 즉, 독자에게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하는가의 시간
의미
작가가 독자에게 사건을 보여주는 순서와 분량입니다. 예를 들어
1장 → 주인공의 죽음
2장 → 어린 시절
3장 → 전쟁
4장 → 마지막 순간
독자는 죽음을 먼저 보지만 실제 사건은 가장 나중입니다. 이것이 서술 시간입니다. 질문으로 바꾸면 “작가는 이 사건을 어떤 순서와 길이로 보여주는가?”
3. 독일어에서 보면 왜 더 이해가 쉬울까?
독일어 용어는 개념 자체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 구분 | 독일어 | 직역 |
| 피서술 시간 | erzählte Zeit | 이야기된 시간 |
| 서술 시간 | Erzählzeit | 이야기하는 시간 |
차이를 보면:
- erzählte → 이야기된(과거분사, 수동 느낌)
- Erzähl- → 이야기하는(능동 느낌)
즉, 이야기의 대상이 되는 시간 ↔ 이야기를 수행하는 시간 이라는 구조가 그대로 보입니다.
4. Story Time과 Discourse Time 비교
| 구분 | 피서술 시간 | 서술 시간 |
| 한자 | 被敍述時間 | 敍述時間 |
| 영어 | Story Time | Discourse Time |
| 독일어 | erzählte Zeit | Erzählzeit |
| 관점 | 등장인물 | 작가·독자 |
| 질문 | 언제 일어났는가 | 어떻게 보여주는가 |
5. 예시로 이해하기
어떤 인물의 실제 삶: 출생 → 전쟁 → 귀향 → 죽음
소설의 전개 순서: 죽음 → 어린 시절 → 전쟁 → 귀향
- 피서술 시간 → 출생→전쟁→귀향→죽음
- 서술 시간 → 죽음→어린 시절→전쟁→귀향
같은 이야기지만 독자의 경험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6. 왜 이 개념이 중요한가?
좋은 작품은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지 않습니다. 언제 보여줄지, 얼마나 오래 머물지, 무엇을 숨길지 를 설계합니다. 그래서 서사학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Story는 사건의 시간이고, Discourse는 경험의 시간이다.
함께 알아두면 좋은 용어
- Narratology → 서사학
- Chronology → 연대기
- Flashback → 회상
- Flashforward → 미래 암시
- Fabula → 사건의 구조
- Syuzhet → 서술의 배열
🎞️ 마무리
다음에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 이렇게 질문해 보세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사건의 실제 시간인가?” 아니면 “작가가 의도적으로 배열한 서술의 시간인가?” 그 순간부터 작품을 보는 눈이 한 단계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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