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ke Shedding’이 뭐라고? 쓸데없는 것에 몰두하는 인간 심리
우리는 회의나 협업 중에 종종 이상한 경험을 합니다.
중요한 결정은 대충 넘어가고, 정작 사소한 주제에서 모든 사람이 열띤 토론을 벌이곤 하죠.
예를 들어, 수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 예산은 “적당히” 통과되었는데, 주차장 칠 색깔은 한 시간 넘게 논의가 이어집니다.
이 현상, 사실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Bike Shedding(바이크 셰딩)’ = 자전거 보관소 짓기 입니다.
1. ‘Bike Shedding’이란?
🔤 직역
- “bike” = 자전거
- “shed” = (작은) 창고, 보관소, 지붕 있는 구조물
- “bike shed” = 자전거를 보관하는 작은 구조물
- “bike shedding” = 자전거 보관소를 짓는 행위
🔤 실사용 의미
**바이크 셰딩(Bike Shedding)**은 ‘중요한 주제는 무시한 채, 사소한 문제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용어는 원래 IT 업계나 조직론에서 주로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일상 회의, 그룹 토론, 심지어 가족 회의까지도 설명하는 데 쓰입니다.
2. 유래: ‘자전거 보관소 논리’
이 말의 기원은 1957년, 영국의 핵물리학자이자 행정가인 C. Northcote Parkinson이 쓴 책 『Parkinson’s Law』에서 비롯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수십억 원 규모의 원자로 건설안은 모두가 잘 모르니 조용히 넘어간다.
하지만 500만 원짜리 자전거 보관소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어서, 열띤 논쟁이 벌어진다.”
이 논리를 정리한 것이 바로 ‘자전거 보관소의 법칙(Law of Triviality)’, 즉 ‘Bike Shedding’입니다.
원자로 설계처럼 복잡하거나 전문적인 문제는 사람들에게 낯설고 어렵습니다. 반면, 자전거 보관소의 색깔이나 모양 같은 사소한 문제는 모두가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들 의견을 내고 싶어지고, 논의는 오히려 거기에서 꼬이게 되는 것이죠.
3. 실제 사례로 보는 Bike Shedding
🔹 회사 회의에서
예시: 신제품 출시 전략 회의
- 3시간 회의 동안 제품 가격 정책, 시장 포지셔닝, 유통 전략은 10분 만에 끝.
- 나머지 시간은 로고 색깔, 명함 디자인, 슬로건 문구 수정에 몰입.
이런 회의 끝에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서 큰 방향은 그대로 가는 거고요… 명함은 도대체 뭘로 정한 거죠?”
🔹 IT 개발 팀에서
예시: 기능 구현에 대한 코드 리뷰
- 핵심 로직이나 아키텍처 설계는 대체로 ‘OK’
- 버튼 이름, 탭 순서, 들여쓰기 스타일로 격렬한 논쟁 발생
🔹 집단 의사결정 상황에서
예시: 동아리 회의
- 축제 부스 참여 여부는 “그냥 하죠 뭐”
- 간식 메뉴 선정에 40분 토론 (떡볶이냐 핫도그냐 문제)
이 모든 상황이 바로 바이크 셰딩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4.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바이크 셰딩은 인간 심리의 특징 중 하나인 **‘인지적 회피(Cognitive Avoidance)’**와 관련이 깊습니다.
✔ 이유 1. 이해 가능한 주제에 몰입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잘 이해할 수 있는 문제에만 의견을 내고 싶어합니다. 어려운 의사결정은 피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슈에 집중하는 것이죠.
✔ 이유 2.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다
회의에 참석한 이상 “한 마디는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작용합니다.
중요한 이슈엔 기여하기 어렵지만, 간단한 문제에는 말하기 쉽기 때문에 그쪽으로 대화가 몰리는 것입니다.
✔ 이유 3. 안전하다
복잡하고 책임이 큰 문제보다 사소한 문제는 논의해도 부담이 덜합니다.
“버튼 색깔은 바꾸자”고 말하는 건 쉽지만, “시장 전략은 바꿔야 한다”는 의견은 리스크가 크죠.
5. 일상에서 Bike Shedding 피하는 법
바이크 셰딩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관리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는 데 도움이 됩니다.
✅ 1. 중요한 이슈부터 정리하자
회의나 토론에서는 가장 중요한 핵심 의제부터 처리하세요. 시간이 남을 때 사소한 문제를 다루는 게 효과적입니다.
✅ 2. ‘결정의 무게’에 따라 시간 안배
이슈별로 의사결정에 들어가는 비용과 책임의 무게를 고려해 시간과 집중도를 배분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 3. 사소한 주제는 ‘위임’하거나 ‘디폴트’ 설정
예: “로고 색은 디자인팀에서 최종 결정”, “간식 메뉴는 투표로 선정”
6. 마무리: 우리 모두의 이야기
바이크 셰딩은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누구나 겪고, 누구나 빠지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 현상을 알고 의식하기 시작하면, 소중한 시간과 자원을 더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다음 회의에서 누군가 “근데 이 로고에 빨간색은 너무 튀지 않나요?”라고 말할 때,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쳐보세요.
“아하, 바이크 셰딩 나왔다!”
📌 추가 팁: IT업계에서는 이 용어가 특히 유명해서,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슬랙 채널 이름이나 회의 제목에 #bikeshed 같은 농담성 표현이 종종 사용되기도 합니다. 재미 삼아 회사 회의록에 써봐도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