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잡학 상식

🎨 에르곤과 파레르곤, 중심과 주변의 철학

잡학&단어 2025. 7. 12. 14:51
반응형

— 작품을 보는 두 가지 시선

 

우리 일상에서도 흔히 중심과 주변, 본질과 장식을 구분합니다.

하지만 이 구분이 예술이나 철학에서는 때때로 뒤집히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할 개념은 바로 ‘에르곤(ergon)’과 ‘파레르곤(parergon)’,

즉 ‘작품’과 ‘작품의 주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1.  에르곤(Ergon) — 중심, 본질, 작품 자체

 

에르곤은 그리스어로 ‘일’, ‘작품’, ‘기능’ 등을 뜻하는 말입니다.

 

철학적 맥락에서는, 어떤 사물이나 존재가 본래 수행해야 하는 핵심 역할이나 목적을 에르곤이라 부릅니다.

 

예:

  • 망치의 에르곤은 ‘못을 박는 것’
  • 인간의 에르곤은 ‘이성적 사고를 하는 것’ (아리스토텔레스)

예술작품에서는 에르곤 = 작품 그 자체를 말합니다.

화가의 그림, 시인의 시, 건축가의 설계도 등…

 

에르곤은 중심이자 핵심입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주제, 구조적 중심, 기능이 여기에 담깁니다.

 


 

🎗 2.  파레르곤(Parergon) — 주변, 보조, 장식

파레르곤은 에르곤의 ‘옆(par-)’에 위치한 개념입니다.

‘주요 작품이 아닌 부차적 요소’, 즉 장식, 틀, 액자, 해설, 제목, 여백 등을 의미합니다.

 

예:

  • 그림의 액자
  • 조각상의 받침대
  • 문학 작품의 서문이나 후기
  • 건축물의 정문 장식물

파레르곤은 작품의 ‘밖’에 있지만, 작품을 둘러싸며 의미를 확장시킵니다.

 

“파레르곤은 에르곤을 돋보이게 하거나 때로는 흐리게 한다.”

 


🧠 3.  철학자 칸트와 데리다의 관점

 

🎓 칸트의 미학

 

칸트는 『판단력 비판』에서 예술작품의 ‘본질’(에르곤)과 ‘장식’(파레르곤)을 구별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진정한 미는 파레르곤에 의존하지 않는다.”
— 즉 진짜 아름다움은 장식 없이도 성립해야 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 그림의 ‘액자’는 없어도 그림은 그림입니다.
  • 향수 광고에 유명 배우가 나온다고 해서, 향수의 질이 달라지진 않죠.

 

🌀 데리다의 탈구축 철학

하지만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는 이 구분을 다시 뒤집습니다.

 

그는 『회화의 진리 (La Vérité en peinture)』 라는 저작에서 말합니다:

 

“파레르곤은 단순한 주변이 아니다.
때때로 파레르곤이 없으면 에르곤은 성립하지 않는다.”

 

예:

  • 액자가 없으면, 우리는 무엇이 작품인지 구분하지 못할 수도 있다.
  • 건축물의 입구 장식이 전체 구조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 데리다는 **“파레르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작품 해석의 핵심이기도 하다”**고 말합니다.

작품과 비작품, 중심과 주변의 경계가 무너진다는 탈구축적 시선입니다.

 


🔍 4.  현대 예술에서의 적용

현대 예술, 디자인, 문학, 영상 속에서도 이 개념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 회화

  • 캔버스에 그려진 것(에르곤)보다 벽면, 조명, 액자가 주목받을 수도 있습니다

📚 문학

  • 작품의 제목, 부제, 작가의 후기(파레르곤)가
  • 오히려 독자의 해석을 지배할 수도 있습니다.

🏛 건축

  • 주 출입구(파레르곤)가 건축물 전체의 인상을 좌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5.  일상 속의 에르곤 vs 파레르곤

 

이 개념은 예술뿐만 아니라 일상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시 에르곤 파레르곤
결혼식 주례, 서약식 예복, 꽃장식, 음악
음식 요리 자체 플레이팅, 접시, 향
이메일 본문 내용 서명, 인삿말, 배경

 

하지만 가끔은 파레르곤이 더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하죠.

→ 예: 밋밋한 음식이지만 플레이팅이 멋져서 인스타에 올리는 경우

 


 

✨ 결론: 중심과 주변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에르곤과 파레르곤은 **무엇이 진짜 의미이고, 무엇이 부차적인가?**를 묻는 철학적 도구입니다.

  • 고전적 관점(칸트)은 “본질이 중요하다”
  • 탈구축 관점(데리다)은 “주변이 본질이 되기도 한다”

 

예술을 감상하거나 무언가를 창작할 때, 이 둘을 구분하면서 동시에 연결해 보는 시도는

더 깊이 있는 이해와 표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요약 정리

개념 설명
에르곤 (Ergon) 본질, 중심, 작품 그 자체
파레르곤 (Parergon) 장식, 주변, 경계, 해석의 열쇠
칸트 진정한 아름다움은 파레르곤에 의존하지 않는다
데리다 파레르곤이 작품의 의미를 정의할 수도 있다
활용 예술, 건축, 디자인, 문학, 일상 모든 영역에서 적용 가능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