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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평론가들이 즐겨 쓰는 용어와 그 유래 이야기

잡학&단어 2025. 9. 1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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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깊이 있게 감상하다 보면, 영화평론가들이 사용하는 낯선 전문 용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단순히 “재미있다” 혹은 “지루하다”라는 표현을 넘어서, 영화 속 미장센(mise-en-scène), 디제시스(diegesis), 맥거핀(MacGuffin) 같은 용어들을 활용해 영화를 분석합니다. 그런데 이 용어들은 단순한 전문용어가 아니라, 각각의 역사와 맥락, 심지어는 다른 학문이나 문화에서 차용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평론가들이 자주 쓰는 대표적인 용어와 그 유래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미장센 (Mise-en-scène)

 

미장센은 영화평론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용어입니다. 원래 불어로 **“무대 위에 놓여진 것”**을 의미하는 말로, 연극에서 무대 위의 배치, 배우의 위치, 조명, 소품 등을 가리켰습니다. 영화가 연극적 요소를 흡수하면서, 화면 속에 보이는 모든 시각적 요소의 배치를 뜻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 🎥 영화 속 미장센은 단순히 “예쁘게 배치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감독의 의도와 메시지가 담긴 시각적 언어로 평가됩니다.
  • 📖 유래: 19세기 프랑스 연극에서 무대미술을 지칭하는 말 → 20세기 초 영화이론가들이 차용

 


 

2. 디제시스 (Diegesis)

 

디제시스는 다소 철학적이고 학문적인 용어입니다. 그리스어 “διηγεῖσθαι (diegeisthai)”, 즉 “이야기를 전하다, 설명하다”라는 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 영화평론에서 디제시스란, 영화 속 세계 안에서 존재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영화 속 인물이 듣는 음악은 “디제틱 사운드”지만, 관객만 듣고 인물은 모르는 배경음악은 “논-디제틱(non-diegetic) 사운드”라 불립니다.
  • 🎬 이 개념은 문학이론에서 기원했으며, 영화학이 발전하면서 소리와 이미지 분석의 핵심 구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디제시스에 대해 좀더 자세한 설명을 원하시면 


 

3. 맥거핀 (MacGuffin)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이 대중화한 용어로, 관객의 관심을 끌지만 실제로는 중요하지 않은 장치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노스 바이 노스웨스트>의 비밀 서류나 <펄프 픽션>의 가방 속 내용물은 맥거핀의 대표 사례입니다.

 

  • 📖 유래: 원래 스코틀랜드 전설에서 등장하던 ‘쓸모 없는 장치’를 뜻하는 농담 같은 말 → 히치콕이 영화 이론에 적극 차용
  • 🎥 영화 비평에서 맥거핀은 스토리 구조를 분석할 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

 


 

4. 누아르 (Film Noir)

 

누아르는 불어로 “검은(어두운) 영화”라는 뜻입니다. 사실 헐리우드에서 1940~50년대에 만들어진 어두운 범죄 영화들을 프랑스 평론가들이 이렇게 불렀습니다.

 

  • 🎬 미국에서는 단순히 “범죄 영화”로 여겨졌지만, 프랑스 비평가들이 어두운 분위기, 운명론적 스토리, 강렬한 명암 대비를 특징으로 묶어 “필름 누아르”라는 새로운 장르로 규정했습니다.
  • 📖 유래: 1946년 프랑스 비평가 니노 프랑크(Nino Frank)가 처음 사용

 


 

5. 블록버스터 (Blockbuster)

 

오늘날 ‘대형 흥행작’을 뜻하는 블록버스터는 사실 전쟁 용어에서 왔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도시의 ‘한 블록(block)’ 전체를 날려버릴 만큼 강력한 폭탄을 **“블록버스터 폭탄”**이라 불렀습니다. 이후 1970년대 <죠스>(1975)가 엄청난 흥행을 거두자, 평론가들이 이 영화를 “블록버스터”라고 부르면서 지금의 의미로 굳어졌습니다.

 

  • 📖 유래: 군사용어 → 극장가 대히트작 지칭 → 대규모 제작비 영화로 확장

 


 

6. 칸트 앵글 (Canted Angle / Dutch Angle)

 

영화평론에서 “더치 앵글”이라 불리는 카메라 기법은 화면을 비스듬히 기울여 찍는 것을 의미합니다. 관객에게 불안감, 긴장감, 혼란스러움을 전달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 📖 유래: 원래 “더치 앵글”은 잘못된 영어 발음에서 비롯된 말로, 실제로는 독일 표현 “Deutsch Angle(독일식 앵글)”에서 전해진 것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표현주의 영화에서 많이 사용되던 기법이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7. 시네마 베리테 (Cinéma Vérité)

 

불어로 “진실의 영화”라는 뜻으로, 1960년대 다큐멘터리 영화 운동에서 등장했습니다. 카메라가 개입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담아내려는 시도를 의미합니다.

 

  • 📖 유래: 프랑스 다큐멘터리 감독 장 루슈(Jean Rouch)가 주창 → 소비에트의 “키노 프라브다(영화 진실)“에서 영향을 받음

 


 

8. 서브텍스트 (Subtext)

 

서브텍스트란 대사 속에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의미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두 인물이 겉으로는 사소한 대화를 나누지만, 그 밑바닥에는 긴장, 갈등, 혹은 사랑의 감정이 깔려 있을 수 있습니다.

 

  • 📖 유래: 원래 문학이론에서 사용되던 개념 → 영화와 연극 분석으로 확장

 


 

마무리: 용어를 알면 영화가 더 보인다

 

영화평론가들이 쓰는 용어들은 단순히 어려운 말이 아니라, 영화라는 예술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렌즈와 같습니다. 각각의 단어는 연극, 문학, 철학, 전쟁사 같은 다양한 배경에서 건너와 영화 속에 녹아든 것입니다. 영화는 종합예술이기에 그 언어 또한 여러 학문과 문화의 흔적을 담고 있는 셈입니다.

 

앞으로 영화를 볼 때, 단순히 장면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이 장면의 미장센은 무엇을 말하려 할까?” “이 음악은 디제틱일까?”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면, 한 편의 영화가 훨씬 더 풍부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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